정치적 갈등과 이념의 대립이 일상이 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분노하고, 더 빠르게 판단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립되어 갑니다. 이 격렬한 흐름 속에서 명상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혐오와 분열이 일상화된 정치 현실 속에서 명상이 왜 더욱 필요한 실천이며, 어떻게 내면의 평정심을 통해 건강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1. 정치는 삶의 언어이자, 분열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치적 메시지를 접합니다. 뉴스, 댓글, 유튜브 영상, SNS 속 짧은 클립까지—정치는 우리 삶의 가장 일상적인 소재가 되었고, 동시에 가장 쉽게 분노하게 만드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삶과 가까워졌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치가 의견의 다양성과 논의의 장을 넓히기보다, 혐오와 분열의 감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진영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 상대방을 인간이 아닌 ‘의견으로만 존재하는 타자’로 취급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순간 발생하는 사회적 배제는 민주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공론의 장’을 오히려 협소하게 만듭니다. 이념이 다른 가족과 대화를 피하게 되고, 친구 사이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관계가 단절되며, 온라인 공간은 ‘설득’보다 ‘확증 편향’이 강화된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믿는 가치, 기대하는 미래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감정적 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 감정이 조절되지 않을 때,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명상이 줄 수 있는 심리적 거리는, 혐오와 분열을 통과해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2. 명상은 분노를 없애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보게’ 합니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단정 짓는 것은, 근본적으로 ‘반사적 감정 반응’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판단보다 먼저 감정으로 움직입니다. 명상은 이러한 감정의 움직임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불쾌함, 분노, 무시하고 싶은 충동이 자동적으로 올라온다면 명상은 그 감정을 억제하거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지금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바라보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이 짧은 자각의 틈은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아주며, 우리가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호흡 중심의 마음챙김 명상은 긴장된 심리 상태를 완화시키고, 감정 관찰 명상은 분노, 혐오, 불안과 같은 정치적 감정의 자동 반응을 비추게 합니다. 자비 명상(Metta)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향한 연민과 수용의 감각을 확장시킵니다 특히 자비 명상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정치적 타인에 대한 감정적 방어를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대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대도 평안하길 바랍니다.”, “내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그 또한 한 인간입니다.” 등과 같은 태도는 상대방의 생각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완전히 규정해 버리는 마음의 태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명상은 정치를 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의 안에서도 내 감정과 존재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3. 정치와 명상이 만날 수 있는, 아주 조용한 실천의 자리
정치와 명상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행동과 주장’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침묵과 관찰’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이 둘은 모두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실천의 철학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가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면, 명상은 개인의 인식 구조를 바꾸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결국 개인의 인식 변화에서 출발합니다. 다음은 우리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정치적 평정심을 위한 명상 실천입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 10초 멈추기’ 명상-뉴스를 보거나 댓글을 읽다가 화가 날 때, 즉시 반응하지 말고 10초 동안 눈을 감습니다. 가슴의 감각, 호흡, 긴장된 부위를 알아차립니다.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줍니다.
🔸‘정치적 타인을 위한 자비 명상’ 루틴 만들기- 하루에 한 번, 자신과 의견이 다른 정치적 인물을 떠올리며 자비 명상의 문장을 조용히 되뇌어 보세요. “그도 고통받고 있으며, 행복하길 바란다.” 이 짧은 문장이 나의 내면을 더 부드럽게 만듭니다. 🔸‘함께 침묵하기’ 명상 모임 참여하기-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함께 침묵하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참여해 보세요. 말이 아닌 존재로 연결될 때, 그 어떤 대화보다 더 깊은 이해가 시작됩니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쌓이면, 우리는 정치적 토론에서도 상대를 ‘이기려는 대상’이 아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됩니다.
결론: 분열의 시대, 명상은 내면에서 시작되는 작은 정치입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적 현실이 격화될수록, 우리는 더 격한 말, 더 빠른 판단, 더 강한 감정으로 대응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반응 이전에 머무는 힘, 평정심의 언어입니다. 명상은 분노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객관화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혐오와 분열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명상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합니다. “나는 반응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 그 고요한 선언 하나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대화, 더 깊은 경청, 더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정치의 한가운데서도, 우리는 스스로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명상은 그 가능성을 조용히 증명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