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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미세중력과 궤도 유지

by 하늘호수 2026. 2. 16.

국제우주정거장(ISS) 영상에서 우주인이 물방울을 띄우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도는 장면을 보면 누구나 “무중력”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정거장은 “중력이 없는 곳”에 떠 있는 것 같죠. 하지만 사실 ISS가 도는 고도에서도 지구 중력은 꽤 강합니다. 그럼에도 우주인이 떠 있는 이유는 중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정거장과 우주인이 함께 자유낙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거장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계속 떨어지면서 지구를 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1. 미세중력의 정체: “중력이 0이 아니라, 바닥이 없는 상태”

엘리베이터가 급강하할 때 몸이 붕 뜨는 느낌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떨어지는 동안에는 바닥이 나를 밀어주는 힘(지지력)이 줄어들어 가벼워집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를 향해 계속 떨어지지만, 동시에 엄청난 수평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 지구 곡률을 따라갑니다. 그래서 바닥(정거장)과 사람(우주인)이 같은 가속으로 떨어지며 서로를 ‘누르지’ 않게 됩니다. 이를 미세중력이라 부르는 이유는 완벽한 0이 아니라, 외란과 회전, 내부 움직임 때문에 아주 작은 중력 효과가 남기 때문입니다.

2. 그럼 왜 영원히 돌지 못할까: “저궤도에도 공기가 남아 있다”

많은 사람이 “우주는 진공”이라고 말하지만, 저궤도는 완전한 진공이 아닙니다. 극도로 희박한 대기 입자들이 존재하고, 이 작은 저항이 시간이 지나며 속도를 깎습니다. 속도가 줄면 궤도는 낮아지고, 더 낮아지면 대기가 더 많아져 저항이 커지고, 결국 재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정거장은 가만히 두면 서서히 궤도가 떨어집니다.

3. 궤도 유지의 현실: ‘재상승(reboost)’이 필요하다

ISS 같은 정거장은 주기적으로 궤도를 높여주는 재상승을 합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거장 자체에 달린 추진기(또는 방문 우주선의 추진기)를 이용해 속도를 조금 올리는 방식, 그리고 때로는 드래그가 커지는 시기(태양 활동으로 대기가 팽창하는 등)에 맞춰 더 자주 보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높이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궤도에서 “조금의 속도 변화”가 장기적으로 큰 궤도 변화로 연결됩니다.

4. 정거장은 ‘정지’한 플랫폼이 아니다: 자세제어와 진동 관리

정거장은 매우 큰 구조물이고, 태양전지판처럼 넓은 면적이 있어 외란을 받기 쉽습니다. 게다가 내부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장비가 작동하며, 도킹/출항 같은 이벤트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정거장 운영은 ‘고요한 우주 생활’이라기보다, 거대한 기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수정하는 공학에 가깝습니다. 자세제어는 앞 글의 ADCS 개념과 연결되고, 궤도 유지와 함께 정거장 운영의 양대 축이 됩니다.

5. “우주에서 떠 있다”는 감각이 만들어내는 오해

우주인이 떠 있는 모습을 보면 중력이 없는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 관점을 잡아두면, 우주 뉴스에서 “정거장 고도 상승”, “재진입”, “드래그 증가” 같은 표현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됩니다. 우주는 신비롭지만, 그 신비는 물리 법칙의 정교한 결과입니다.

맺음말: 정거장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속 떨어지며 유지되는’ 것

우주정거장은 중력이 없는 곳에 떠 있는 집이 아닙니다. 지구 중력권 안에서 자유낙하하며, 희박한 대기 저항 때문에 주기적으로 궤도 보정이 필요한 “운영되는 구조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정거장과 우주선이 어떻게 서로를 찾아가 붙는지, 영화보다 더 정밀한 도킹(랑데부) 과정을 입문자 눈높이로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