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 영상을 보면 어느 순간 “분리!”라는 자막과 함께 아래쪽이 툭 떨어져 나갑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당황합니다. “저렇게 비싼 걸 왜 버리지?” 심지어 로켓이 성공적으로 날아가고 있는데, 몸통을 일부러 떼어내니 왠지 고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주로 가는 로켓에서 ‘버린다’는 행위는 낭비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로켓은 비행기처럼 공기를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연료를 태워 얻은 추진력으로 스스로를 밀어 올립니다. 이때 가장 큰 적은 의외로 ‘중력’보다도 무게입니다. 로켓이 여러 단으로 나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연료가 줄어든 뒤에도 불필요한 무게를 계속 들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로켓에게 무게는 왜 그렇게 치명적일까
로켓은 연료를 태워 뜨거운 가스를 분사하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위로) 나아갑니다. 즉, 로켓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연료가 필요하고, 연료를 싣기 위해서는 탱크와 배관과 엔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탱크와 엔진도 무게입니다. 더 큰 연료를 싣기 위해 구조를 키우면 무게가 늘고, 늘어난 무게를 들어 올리기 위해 또 연료가 늘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눈덩이처럼 커져서 “한 번에 끝까지 가는 로켓”은 생각보다 쉽게 비효율의 늪에 빠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질량비(mass ratio)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연료를 태우기 전 전체 무게” 대비 “연료를 다 쓴 후 남는 무게”의 비율입니다. 질량비가 클수록, 즉 연료를 많이 태워 가벼워질수록 같은 엔진이라도 더 큰 속도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로켓은 결국 ‘속도’를 만들어 궤도에 들어가야 하니(이전 글의 핵심), 질량비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변수입니다.
2. 단계 분리는 ‘가벼워지는 기술’이다
단(스테이지)은 로켓을 “구간별로 최적화”하는 방법입니다. 1단은 두껍고 힘이 셉니다. 대기권 하층에서 무거운 전체 로켓을 들어 올려야 하니 큰 추력이 필요하고, 공기 저항도 버텨야 합니다. 반면 2단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효율이 중요합니다. 고도가 올라가 공기가 희박해지면, 같은 추력이라도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써서 속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3단이 있는 경우는 위성 투입 궤도를 미세 조정하거나, 더 높은 궤도(정지궤도 전이 등)로 올릴 때 쓰입니다.
핵심은 “연료를 다 쓴 탱크와 엔진은 이제 짐”이라는 사실입니다. 연료가 비어버린 1단 탱크를 계속 매달고 날아가면, 2단 엔진은 그 죽은 무게까지 같이 가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분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로켓이 스스로를 가볍게 만들어 다음 구간의 효율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등산할 때 다 쓴 물통을 계속 들고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은 이미 마셨는데, 빈 통이 무거우면 남은 길이 괴롭습니다. 로켓은 빈 통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합니다.
3. 왜 1단이 가장 크고 2단이 작을까
발사 직후 로켓은 가장 무겁습니다. 연료도 가득, 위성이나 유인 캡슐도 싣고, 위쪽 단들도 모두 얹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힘”입니다. 그래서 1단은 엔진도 크고 탱크도 큽니다. 반대로 위로 갈수록 가벼워지니, 위쪽 단은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그럼 1단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실제로는 각 단이 맡은 임무가 다르고, 실패 포인트도 다릅니다. 1단은 구조적 하중과 최대 동압(Max-Q)을 버텨야 하고, 2단은 목표 궤도 속도를 정밀하게 맞춰야 합니다. 즉, 크기가 중요도를 말해주진 않습니다.
4. 대기권에서는 ‘추력’, 우주에서는 ‘효율’이 더 중요해진다
로켓 엔진도 성격이 다릅니다. 대기권에서는 공기 압력이 높기 때문에 노즐 설계를 우주 환경에 맞추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주에서는 진공에 가까워져 배기가스를 더 잘 팽창시킬 수 있어서, 노즐이 길고 확장비가 큰 엔진이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상단(2단/3단)에 쓰이는 엔진은 “진공 최적화” 형태가 많습니다. 이런 최적화를 한 로켓에 몰아넣기 위해서라도 단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한 엔진으로 지상과 우주를 모두 최적으로 만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5. 단이 늘어나면 무조건 좋을까
여기서 또 하나의 직관 깨기. “가벼워지니 단을 많이 나누면 더 좋지 않나?” 단이 늘면 장점도 있지만 비용과 위험이 함께 늘어납니다. 단 분리는 구조적으로 복잡합니다. 분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분리 순간 충격과 자세 변화도 제어해야 합니다. 점화 타이밍이 어긋나면 임무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즉, 단이 많다는 건 그만큼 실패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현대 발사체는 임무와 비용, 신뢰도를 균형 있게 설계합니다. 저궤도(LEO) 대량 발사에는 2단 구성이 흔하고, 더 높은 궤도나 행성 탐사처럼 정밀한 속도 조정이 필요하면 3단을 쓰기도 합니다. 단을 많이 나누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고, 목표 궤도와 탑재체 무게, 발사 비용, 운영 신뢰도를 고려해 최적점을 찾는 문제입니다.
6. 재사용 로켓 시대에도 스테이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재사용 로켓이 대세가 되면서 “그럼 버리는 단이 줄어들면, 스테이징도 없어질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재사용과 스테이징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공존 관계에 가깝습니다. 1단을 회수하려면 착륙 연료, 착륙 다리, 열 보호 등 추가 장비가 필요해 무게가 늘어납니다. 그럼에도 1단을 회수할 만큼의 경제성이 있으니 재사용이 등장한 것이죠. 다만 2단까지 완전 재사용은 난도가 높고, 현재도 많은 시스템이 2단은 소모형이거나 제한적 재사용을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재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로켓은 여전히 “가벼워지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기술이 발전해도 질량비의 벽은 남아 있고, 스테이징은 그 벽을 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재사용은 비용 구조를 바꾸고, 스테이징은 물리 구조를 해결하는 셈입니다.
7. 입문자를 위한 한 줄 정리: 단 분리는 ‘연료를 다 쓴 무게를 버려서 속도를 산다’
로켓이 여러 단으로 나뉘는 이유를 가장 간단히 요약하면 이 문장으로 끝납니다. 연료를 다 쓴 구조물은 더 이상 추진에 기여하지 않으니, 과감히 버려서 남은 연료가 더 큰 속도를 만들게 한다. 우주로 가는 길은 낭만만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물리학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효율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스테이징은 그 효율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입니다.
맺음말: “왜 버리나?”가 이해되면 발사체 설계가 보인다
발사체를 보는 눈은 “하나의 큰 로켓”에서 “구간별로 역할이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는 순간 달라집니다. 1단은 들어 올리고, 2단은 속도를 만들며, 필요하면 3단이 궤도를 다듬습니다. 그리고 분리는 낭비가 아니라, 남은 연료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흐름을 현대적으로 확장해, 재사용 로켓이 어떻게 착륙하고 무엇이 경제성을 만드는지를 다룹니다. “재사용=공짜”가 아니라, 착륙·열·정비라는 세 가지 벽을 어떻게 넘어 비용을 낮추는지 입문자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